프라하에 와서 가장 먼저 들렀던 곳은 바로 유대인지구 요제포브(Josefov)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처절한 역사적 진실이 묻혀 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유대인지구는 프라하의 구시가지 광장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광장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할만큼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이 일대는 유대인이 대거 거주하던 거대한 게토였는데 약 10세기 초반부터 형성된 지구라고 할 수 있다. '게토'란 강제로 유대인들을 격리하여 거주지로 설정해 주었던 곳을 말하는데 게토 밖의 세상과는 격리되어 살아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을 가려고 숙소를 나섰는데 날씨가 정말 흐렸다. 가뜩이나 마음도 무거운데 말이다.
(이미지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프라하 유대인지구에는 '시나고그'라 하는 여러 예배당과 유대인 묘지가 있다. 통합 티켓을 끊으면 모두 돌아볼 수 있는데 나는 보고 싶었던 몇 곳만 볼 수 있는 티켓을 끊어서 먼저 핀카스 시나고그에 들어가 보았다.
핀카스 시나고그에는 강제격리된 유대인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그림속에 노란별들이 자주 보인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노란별 말이다. 이 무늬는 다윗의 별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에게는 의미가 깊은 무늬이기도 하다. 그런데 독일의 나치는 정권을 장악하고 이들을 격리하고 억압하는 과정에서 모든 유대인들에게 외출시 가슴에 노란 별을 달도록 했다. 한마디로 주홍글씨 같은 것이었다.
유대인 묘지
유대인지구의 중앙 즈음에 유대인 묘지가 있다. 200평 남짓 될까 말까 한 공간이 15세기부터 사용되어 1만여 명 이상이 묻힌 무덤터란다. 말도 안되는 사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이들의 무덤 터는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있는 무덤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무덤을 만들어야 했다. 망자들은 그렇게 몇층인지 알 수도 없을 만큼 층층이 포개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묘석을 세웠는데 사실 묘석이 온전하게 서 있기도 비좁은 공간이었다.
삐뚤삐뚤한 비석에는 알수 없는 언어로 비문이 새겨져 있었다. 오랜 세월 끊임없이 억압 받아야 했던 유대인 민족의 비석들은 왠지 모르게 참 슬퍼보였다.
이곳 앞에서 만난 프란츠 카프카의 동상이다. 얼굴도 손도 발도 없는 동상 위로 말끔한 차림의 누군가가 올라타 있다. 유대인 위에 군림했던 또 다른 누군가를 의미하는 것일까.
역사는 의무와 같은 것이다. 잘못된 것일지라도 반드시 정확히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러한 역사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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