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루체른은 관광객들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스위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도시간 이동도 수월해 관광객들이 더욱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어떠한 여행을 하느냐에 따라 물론 다르겠지만, 이곳은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한나절이면 충분히 돌아보고도 남는다. 나도 루체른 역에서부터 시작해 도시를 전체적으로 한번 걸어보았다. 뾰족한 첨답이 눈에 띄어 따라와본 곳은 바로 호프교회. 735년 베데딕트 수도회가 건축한 이 교회는 1633년 발생한 화재로 두 첨탑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전소되어 6년에 걸쳐 복원했다고 한다. 복원한 후로도 약 300여 년이 지난 오래된 건물인데도 상당히 깨끗하게 보존되어 있다.
카펠교
루체른 역 근처에는 유럽에서 가장 긴 목조다리인 카펠교가 있다. 1933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리의 내부에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패널들로 장식되어 있다. 루체른의 수호성인 St. Maurice와 St. Leodegar의 일대기에 관한 그림과 17세기의 주요 장면들이 그려져 있다.
다리에서 보는 풍경이 참 아름답다. 꽃이 피는 따뜻한 날 다시 꼭 오고 싶은 곳이다.
골목을 누비다가 드디어 '빈사의 사자상' 앞에 도착했다. tv N 예능 꽃보다 할배팀이 다녀가면서 우리에게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고단한 표정을 하고 있는 이 사자상은 1821년 덴마크의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다.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스위스는 지금은 아름다운 관광자원만으로도 충분히 부유한 나라이지만 불과 백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당히 가난한 나라였다. 그래서 이곳 남자들은 돈을 벌고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서는 '용병'이라는 직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고 타국으로 가서 돈을 버는 경우가 많았다. '용병'들은 매우 조직적인 훈련을 받았고 '신의와 충성'을 그 모토로 하였다. 1972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프랑스 튈르리 궁의 근위병들과 루이16세 및 그의 가족들까지도 모두 혁명을 피해 도망을 갔을 때조차 이들 스위스 용병들은 자신들의 수보다도 많았던 프랑스 시민군과 대치하면서 끝까지 궁을 지키며 죽어가게 된다.
사자상을 가까이에서 보면, 프랑스 왕가를 상징하는 하얀 백합이 그려진 방패를 끌어안고 있고 등에는 창이 꽂혀있다. 끝까지 이들의 신념이었던 '충성'과 '신의'를 지키며 죽어가는 모습이다. 참으로 고단해 보이는 사자의 표정이 타국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그들의 슬픈 상황을 표현하는 듯하다.
사자상을 보고 돌아서는데 70년대의 우리나라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용병'이라는 임무와는 다르지만, 세계 최빈국이었던 70년대의 대한민국을 위해 먼 나라의 땅 독일에서 고생하셨던 윗세대의 파독 광부와 간호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 그분들의 수고가 밑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물론 이외에도 수많은 분들의 수고가 있었겠지만 말이다.
작은 공원 내에 자리하고 있는 '빈사의 사자상'은 따로 입장료가 없으며 지나다가 들를 수 있도록 개방되어 있으니 루체른에 들렀다면 꼭 한번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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