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매축지마을, 일제강점기와 6.25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쓸쓸한 마을

일제 강점기와 6.25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쓸쓸한 마을. 부산 매축지마을.

이곳 마을의 역사는 일제 강점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점령한 뒤 대륙지배의 발판을 놓기 위해 부산항을 시모노세키항과 직항으로 연결하게 되는데 이 때 수많은 일본인들이 부산으로 이주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땅을 매립(매축)하는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곳이 이 매축지 마을의 일대다. 마을의 일부는 도로로 편입이 되면서 철거가 되고 현재 나머지 일부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일제 강점기 당시 이 매축지는 부두를 오가는 말과 마부 그리고 짐꾼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으로 사용되었다. 이곳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되는 마을로 본격적으로 변모한 것은 6.25전쟁이 일어나면서부터였다.

수많은 피난민들은 부산으로 피난을 오면서 정착할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이 매축지 마을을 쉼터로 이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마을의 틀이 다져지기 시작했고 정착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이곳에서 각자 활발한 활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1900년대 중반 이후 이곳에 큰 연탄 공장과 목재소가 있었는데 이곳에 계시는 분이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세금을 많이 내는 분이었다고 전해질 정도다.

마을은 이렇게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건물이 대부분이었다.

재난 위험시설로 분류된 특정관리건물도 꽤나 많이 보였다. 그만큼 비어있는 낡은 가옥도 많았고 또 주민이 거주하는 건물도 많았다.

많은 영화가 이 마을에서 촬영되기도 했다. 원빈 주연의 '아저씨', 유오성과 장동건 주연의 영화 '친구' 등이 있다.

실제로 영화 촬영당시 원빈이 종종 돈까스를 사먹었다고 알려진 양분식집도 있고 극중 원빈의 전당포 건물도 볼 수 있었다.

곳곳에는 이렇게 영화 포스터를 예쁘게 그린 벽화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벽화를 찾아 사진을 찍는 재미도 쏠쏠했다.

민족의 가슴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마을에서 만난 태극기.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찡하다.

마을 맞은편으로는 대단지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매축지 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공사장 보호벽에 적인 문구가 아이러니하다. '누구나 살고싶은 행복한 주거공간'.

철거예정지로 지정되면서 개발에서 소외되었는데 철거마저도 제 때 이루어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는 이 마을은 볕이 잘 드는 포근한 마을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쓸쓸하기만 하다.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재미삼아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목적지라는 생각보다 아픈 역사의 흔적을 보고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는다는 각오로 방문했으면 한다. 또한 거주하시는 주민들이 불편하지 않게 정숙을 유지하고 사생활 보호를 원칙으로 하여 사진촬영을 하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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