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외/스위스

융프라우의 겨울, 발 아래 펼쳐진 알프스의 영봉들.

낭만다이어리 2015. 12. 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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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의 지붕이라 불리는 융프라우.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에 기차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 오르기 위해 해가 채 뜨기도 전에 길을 나섰다.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기차는 정말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클라이네샤이데크(Kleine scheidegg)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다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기차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조). 설산의 풍경이 낯설기도 하고 너무나 아름답기도 하여 연신 사진을 찍어대다가 타야할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30분 가량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이곳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스위스 전통 감자요리를 먹어보았다. 익숙한 맛이고 맛도 좋다. 무엇보다도 설산을 배경으로 노천에서 즐기는 이 시간 자체가 기분 째지게 좋다. 사실 정상을 올랐던 일보다도 더 기억에 남는다. 기차를 놓치지 않고 바로 탔으면 이런 여유를 즐기지 못했을 거다. 인생도 그럴거다. 지금은 당장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사실 정답은 없다는 거다. 

 

 

기다림 끝에 산악열차를 탔다. 알프스 바위를 뚫어 만든 터널을 따라 계속 올라가다 보면 해발 2865m의 아이거반트(eigerwand)역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실내 전망대가 있기 때문에 기차는 잠시 정차하게 된다. 잠시 내려서 구경하고 올 수 있다.

 

 

아이거반트 전망대에서 다시 출발해 해발 3454m의 융프라우요흐에 도착했다. Top of Europe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여행객들의 포토존이기도 하다.

 

 

창밖으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산악열차가 출발할 때부터 수많은 스키어들을 보았었는데 아주 어린 꼬마부터 연세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연령도 굉장히 다양하다. 스위스의 만년설 덕분에 이곳 사람들에게는 스키가 국민 레포츠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이곳 정상에는 이렇게 얼음궁전도 있다. 벵겐과 그린델발트라 하는 산악 가이드가 만들었다고 하는데 알프스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Aletsch Glacier) 아래에 만든 이 얼음궁전은 빙하가 매년 50cm 가량 움직이는 것을 감안해 지붕을 정기적으로 보수하고 있다고 한다.

 

 

 

야외로 나가 보았다. 각국에서 모인 관광객들로 이곳은 굉장히 붐볐다.

 

 

 

까마귀 아래로 살짝 보이는 건물은 스핑크스 전망대이다. 1996년에 오픈한 융프라우의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데 실외 전망대와 통유리로 된 실내 전망대도 있다.

 

 

까마귀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까마귀 같은 새들이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가까이 다다가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만히 서 있기도 어지러운데 이곳을 이렇게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은 새들이 참 신기하다. 자연의 신비다.

 

 

나는 평소 건강한 체질이라 고산병 따위는 전혀 염려하지 않았는데 큰 오산이었다. 중간에 잠시 머물렀던 아이거반트 전망대에서부터 어지럽기 시작하더니 이곳 정상에 도착하니 정말 걷기도 어지럽다. 높은 고도 탓인지 현기증과 구토 증세가 있어 마음대로 뛰어다니지도 못했다. 나이가 많으신 어떤 외국인은 호흡곤란으로 쓰러지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을 대비해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아무렇지 않은 멀쩡한 사람들이 더 많지만 말이다.

 

 

이곳을 오르지 않고는 스위스를 논하지 말라고 했던가. 눈 아래로 펼쳐진 알프스의 영봉들이 참 아름답다. 날씨가 흐린 날은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가 없다. 날씨가 따라줘야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시간, 돈, 건강이라는 여행의 3박자에 하나 더 추가해야겠다. 바로 행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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